현장소식

왜 탈세 문제로 ‘인권’을 얘기하나요?

2017.12.13 10321
인도네시아의 재개발 지역 아이들, 2016.10

2017년 11월. 파라다이스 페이퍼(Paradise Papers) 스캔들이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옥스팜 영국본부 대표인 마크 골드링(Mark Goldring)은 ‘탈세’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지원되어야 할 물, 교육, 의료지원 등의 기회를 빼앗는 행위라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세금’이 ‘인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아래의 글에서, 기업과 인권 문제 컨설턴트 알렉스 메이(Alex May)는 탈세가 어떻게 인권 문제와 연결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탈세’란 무엇인가요?

‘조세 회피’는 기업 또는 부호가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조세관할권 밖의 지역으로 돈을 빼돌리거나, 기업거래시 가격을 조작(transfer pricing), 또는 정부와의 거래 등을 말합니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기업 또는 개인이 부담하여야 할 정당한 몫의 세금보다 더 적은 수준의 세금을 내게 됩니다.

조세 피난처 관련 옥스팜 캠페인, 런던, 2016.05.12
탈세 행위를 비판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인 옥스팜 캠페이너들, 런던 시청 앞, 2017.3.17

사실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누구든 자신의 몫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각자에게 주어진 ‘정당한 몫’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세 회피(tax avoidance)’는 합법적으로 세금에 대한 책임을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탈세(tax evasion)’는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로, 법을 무시한 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입니다. 이 둘의 차이가 가끔은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울 때가 많은데, 이는 조세회피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과연 공정(fair)하고 윤리적인(ethical)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기 때문입니다.

세계 변호사협회(International Bar Association)는 보고서 『Tax Abuses, Poverty and Human Rights』를 통해 ‘세금 남용(Tax abuses)’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세금 남용은 세금 시스템의 체계를 악용하는 적극적인 조세 회피라고 할 수 있는데, 법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전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파라다이스 페이퍼 사건에 연루된 법률회사인 애플비(Appleby)는 자신들은 ‘클라이언트들에게 정당하고(legitimate) 합법적인(lawful)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왜 ‘정당(legitimate)’과 ‘합법(lawful)’만을 강조할까요? 과연 ‘공정(fair)’한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없던 걸까요?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과 그 외의 다양한 수입들은 사회에 공정하게 기여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자신들의 ‘공정한 몫’을 무시하지 않고 말입니다.

정부의 세금 정책 = 인권 정책?

‘세금 정책’은 곧 ‘인권 정책’입니다. 세금은 GDP와 적자에 대한 경제적인 이슈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공공 서비스와 재분배에 대한 이슈이기도 합니다. 세금 정책을 인권적으로 접근했을 경우, 더욱 도덕적인 차원의 논의가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결국 세금정책이 각 국가를 넘어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다뤄질 수 있는 틀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국제협약(Convention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에 따르면, 정부는 인권 향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협약 내에서 말하는 ‘권리’에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적정 수준의 생계, 교육, 주거, 식량, 의료보건 및 문화 활동들의 기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부분의 서구 문화권에서는 시민권과 정치적인 권리에 더욱 초점을 맞추며 협약이 말하고 있는 부분의 인권 내용에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협약 2조(1)에 따르면, 정부는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권 보장을 위하여 장기계획하에 점차적으로 실현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추진하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경제적, 사회적인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원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세금 수입의 정도에 따라 정부가 얼만큼 인권실현을 위해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금 정책은 ‘가능한 최대한의 자원’을 정부가 얼마나 거둬들이고 활용했는 지에 의해 평가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세수가 인권 실현을 위하여 공공서비스 개선에 쓰여졌는지, 아니면 기업들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우대 조치에 급급하여 공공 서비스 개선을 줄여왔는지 말입니다. 2016년,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The 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는 영부 정국의 세금 정책에 대해 비판하며 법인세 인하 및 부가가치세 증가 등의 조치가 미치는 악영향에 대하여 언급하였습니다. 영국 정부가 ‘끊임없이 지속되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의향은 있는지, 또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실현시키기 위해 충분한 자원을 확보할 능력이 있는지를 지적했습니다. 즉, 영국 정부는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불리한 소외된 개인 및 집단의 권리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세수를 통하여 소외된 계층들이 누릴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향상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이 인권존중을 실현하는 방법.

기업 또한 인권존중의 책임이 있습니다. 이는 유엔기업과인권가이드원칙 (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UNGPs)의 11번 조항에서 이를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Business Enterprises should respect Human Rights.)

– Article 11, UNGPs

비록 법적인 이행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유엔 인권 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에서 보장하는 국제적인 지침서이며 기업들이 가져야 할 도덕적인 책임감에 대해 커다란 강조점을 두고 있습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책임이란, ‘해가 되지 않게 하라(do no harm)’는 원칙에 따라 타인의인권을 침해하지 않거나 어떤 활동이 지니는 반인권적 영향을 예방하고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부가 온전히 챙겨야 할 세금의 몫을 챙기지 않는다면, 세금 남용(tax abuses)을 통해 그 세금이 마련할수 있는 공공 서비스가 필요한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두 아이의 엄마 24세 라쉐다(Rasheda). 그녀의 집에는 25명의 동네 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 수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금에 있어 기업들과 슈퍼리치들은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은 이 질문에 대해 친절히 답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기업들은 ‘세법의 문자적, 정신적인 의미’를 모두 준수해야 합니다. 세법의 ‘정신’을 준수한다는 것은 ‘입법부의 의도를 깨닫고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기업이 법의 기술적인 측면만을 보고 따르려는 것을 넘어서 진정한 법의 취지와 의미를 깨닫고 따른다면 조세 시스템을 악용하는 조세 회피를 막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인권 문제에 대해 ‘해가 되지 않게 하라(do no harm)’ 언급은 원론적입니다. 그렇기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어서는 다양한 논의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사회로부터 얻는 이익만큼 그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정당한 몫이 있다는 ’도덕적인 의무’에 대해서는 논쟁이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몫’이 얼만큼인지에 대해서는 열린 토론이 가능하지만, 법이 문자적으로 요구하는 정도보다는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출처 https://views-voices.oxfam.org.uk/inequality/tax/2017/11/tax-dodging-human-rights-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