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예멘의 목마름을 채우는 그 날까지

2020.04.11 6599
공습으로 가옥들이 파괴된 예멘의 항구도시 아덴(Aden) (출처: Pablo Tosco)
예멘은 지금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2015년 내전 발발 이후 현 인구의 약 80%인 2,400만 명 이상이 식수나 식량, 대피소 등 긴급 인도주의 지원을 필요로 하며, 여성과 소녀들은 위기상황에 취약한 존재로 더욱 쉽게 기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인구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안전한 식수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 예멘 내전, 도대체 무엇인가요?

예멘 타이즈(Taiz) 지역의 실향민 캠프 (출처: Nigel Timmins/Oxfam)
예멘 내전을 알기 위해선 먼저 예멘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사실 예멘은 3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였는데요. 북예멘남예멘은 각각 오스만 제국과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국경 문제로 분쟁을 겪어오곤 했습니다.

1990년 5월, 소련의 편에 서 있던 남예멘이 공산 진영 붕괴 이후 힘을 잃게 되자 두 국가는 합의를 바탕으로 통일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북예멘 주도로 진행된 통일은 남예멘 세력의 반발을 사게 되고, 의견 충돌 속 예멘은 1994년 1차 내전을 시작합니다.

이후에도 끝없는 정치적 갈등으로 무력 분쟁은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걸프 국가 연합의 지원을 받은 예멘 정부가 반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고, 우리가 알고 있는 있는 참혹한 ‘예멘 내전’ 사태가 시작되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 안전하지 않은 물, 그리고 하루 단 한 끼로 사는 삶

예멘의 Huth 실향민 캠프 (출처: Mohammed Al-Mekhlafi/Oxfam)
예멘 내전 사태로 지역민들은 경제 쇠퇴와 식량난, 공공 서비스 붕괴와 함께 고통받으며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수입품과 가공품의 가격은 급등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물의 가격은 무려 두 배로 뛰었습니다. 많은 가족들은 식량 부족으로 인해 하루에 단 한 끼만을 섭취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안전하지 않은 물을 이용합니다. 지저분한 물로 생활하는 것은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나, 이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달리 없습니다.

현지 보건소는 약 50%만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의약품, 장비, 직원의 극심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2016년부터는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까지 퍼지고 있어 지역민들에게는 안전한 식수와 위생 서비스가 더욱 절실히 필요합니다.


| 공중 보건 전문가 옥스팜, 오늘도 예멘에서 활동합니다

예멘 지역사회에서 물 담수화 시설을 운영하는 옥스팜 직원과 현지 지역민의 모습 (출처: Pablo Tosco)
옥스팜은 예멘에서 30년간 활동해왔습니다. 물, 위생 등 공중 보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옥스팜은 2015년 7월부터는 예멘 내전 사태에 맞서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고 급수 시설과 화장실을 수리 및 설치하며 위생 교육을 시행해 지역민들이 질병을 예방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옥스팜은 사람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식품 구매를 위한 현금 지급과 가축 치료 등 다방면으로 예멘 지역민들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여기 각자 다른 지역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옥스팜과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예메니(Yemeni)들을 만나보세요.


| 코 오메이라(Khor Omeira) 지역의 어부 파티마(Fatima)

낚시터로 향하는 파티마(Fatima) (출처: Pablo Tosco)
예멘 라히즈(Lahji) 주의 코르 오미라(Kohr Omeira) 지역은 예멘 남서부에 자리해 아덴만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리적 요건에 따라 지역민들은 보통 어업에 종사하며, 파티마(Fatima)또한 낚시와 채집으로 생계를 유지해 아홉 아이들을 키웁니다.

코르 오미라의 지역민 약 3,000명은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일상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물이 부족해 이들은 마실 물마저 없이 살아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바다나 근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쓰는데, 지하수가 고갈되면 더 짠 물이 생성되는 깊은 곳에서 물을 긷게 됩니다. 과거에는 물을 구입해서 썼지만 지금은 두 배나 뛰어버린 가격에 다들 감당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분쟁 이후 실향민들이 코르 오미라로 이주 오며 더 많은 물이 필요합니다.

낚시를 하고 있는 파티마(Fatima) (출처: Pablo Tosco)

“이곳에서 물을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돈이 있는 사람들만 구입할 수 있죠.
생계를 위해 저는 아침 6시부터 저녁까지 바다에 나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저는 일 때문에 너무 지쳤는데 물과 같은 기본적인 자원까지 없고, 살아가기 참 힘든 환경이에요.”

– 코르 오미라 지역의 낚시꾼 파티마

옥스팜이 설치한 담수화 시설로부터 물을 얻고 있는 코르 오미라 지역민들 (출처: Pablo Tosco)

옥스팜은 파티마를 비롯한 코르 오미라 사람들을 위해 태양광 패널과 풍력 에너지로 움직이는 담수화 시설을 건설했습니다. 담수화 시설 덕분에 이제 지역민들은 이전의 절반 가격으로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깨끗한 물을 마시고, 요리에도 사용하며, 차도 우려냅니다. 더 많은 가족들이 더 쉽게 물을 얻을 수 있도록 옥스팜은 시설을 개선하고 있으며, 3개의 파이프라인을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 알 마리카(Al Malika) 실향민 캠프의 수아드(Suad)

요리를 하고 있는 수아드 (출처: Pablo Tosco)
예멘 타이즈(Taiz) 주의 알 마리카(Al Malika) 실향민 캠프에는 무력 분쟁을 피해온 천여 명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캠프로부터 불과 30분 거리에 전선이 형성되어 있어 실향민들은 늘 전쟁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작년에는 실향민 캠프와 매우 근접한 곳에서 많은 무력 충돌이 발생해 인도주의적 지원이 유보된 적도 있습니다. 수아드(Suad)는 분쟁을 피해 가족들과 알 마리카 캠프로 이주했습니다. 열악한 시설과 수돗물도 없는 캠프 환경에 물을 길으러 먼 길을 가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알 마리카 실향민 캠프에 거주하는 수아드 (출처: Pablo Tosco)

“무장세력이 저희 마을을 포위해 우리 가족은 강제로 집을 떠나왔습니다.
캠프 내에는 충분한 물이 없어 매일 물을 길으러 가야 하는데, 우물까지는 꽤나 멀어 아침에 출발하면 점심쯤 돌아오게 돼요.
하지만 우물은 여러 실향민 캠프에서 온 많은 사람들로 늘 붐비며, 쉽게 싸움도 납니다.”

– 알 마리카 실향민 캠프에 거주하는 수아드

물을 얻고 있는 수아드 (출처: Pablo Tosco)
옥스팜은 물이 필요한 캠프 주민들을 위해 탱크 트럭을 이용해 물을 공급했습니다. 또한, 안전하고 위생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알 마리카를 포함한 다른 실향민 캠프들에 화장실을 설치하고 위생키트를 보급했습니다. 수아드는 이제 빨래를 하러 갈 때만 우물에 가면 되니, 걱정을 한시름 놓았습니다.


| 예멘의 목마름을 채우는 그 날까지, 옥스팜의 활동은 계속됩니다

라히즈(Lahij) 주에서 활동 중인 옥스팜 (출처: Pablo Tosco)
옥스팜은 2015년 7월부터 예멘에서 총 300만 명을 도왔습니다. 코 오메리아 지역과 알 마리카 실향민 캠프뿐만 아니라, 임시 수도인 아덴(Aden)의 빈곤 지역과 예멘의 외진 곳까지 찾아가 지역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습니다.

벌써 5주년을 맞은 예멘 내전,
옥스팜은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고대합니다.


예멘 사람들이 안전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