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코로나19 속 남수단의 ‘삶을 위한 교육’ 이야기

2021.12.09 4365
코로나19로 학교가 봉쇄되면서 전 세계 수많은 아동과 청소년 교육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남수단의 아이들도 학교를 다니며 미래를 꿈꿀 수 있었는데요.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학교는 1년 넘게 문을 닫았고, 학교 밖으로 내몰린 학생들은 조혼과 임신 등으로 학업을 더 이상 이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남수단 주바에 위치한 학교 © Mustafa Osman/oxfam
“코로나19로 남수단의 소녀들은 큰 변화를 겪고 있어요.
그동안 이뤄온 많은 것들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 옥스팜 덴마크 교육 담당자 샬롯 베이어


학교로 돌아갈 수 없는 소녀들

16세 소녀 비올라 © Mustafa Osman/oxfam
남수단에서는 여성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학교가 봉쇄되기 전에는 소녀들도 학교에 다니며 조혼과 임신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었는데요.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지자 많은 가정에서는 어린 딸을 일찍 결혼시키며 지참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소녀들이 원치 않은 결혼과 임신으로 삶에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에 비해 훨씬 더 취약합니다.
봉쇄 기간 동안 7명 중 6명의 어린 소녀가 임신을 했고,
나머지도 결혼을 하거나 가사일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 ‘삶을 위한 교육’ 학교장 제임스


학교가 봉쇄된 이후 라디오를 통해 비대면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에 비해 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마실 물을 길어오는 일부터 시장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일까지,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여자 아이들에게는 교육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학업에 뒤쳐지게 된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망설여집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삶을 위한 교육”

옥스팜은 지난 2018년부터 남수단과 북우간다 지역에서 ‘삶을 위한 교육(Education for Life)’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22개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과 교사 그리고 교육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프로그램을 통해 총 31,150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았고, 특히 성평등과 성규범에 대한 인식 교육이 함께 진행되어 소녀 교육의 중요성을 알렸습니다.

학생과 상담 중인 ‘삶을 위한 교육’ 교사 © Mustafa Osman/oxfam
소녀 교육이 왜 중요할까요? 당장은 가사일을 돕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어 생계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되고, 시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가정과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데요. ‘삶을 위한 교육’을 통해 코로나19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소녀들이 학교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교사와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학교를 떠났던 많은 소녀들이 학교로 돌아와 다시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로 돌아온 소녀들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변호사가 되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요!”

‘삶을 위한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위니 © Mustafa Osman/oxfam
17살의 위니는 봉쇄 기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시장에 나가 땅콩을 팔며 보내야 했습니다. 하루 종일 땅콩을 팔고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면 공부할 시간도, 에너지도 없었는데요. ‘삶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비대면 교육을 통해 가정에서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가 되어 사회의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고 싶다던 위니는, 그토록 바라던 학교로 돌아가 다시 꿈을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고 싶어요!”

‘삶을 위한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루시아 © Mustafa Osman/oxfam
20살의 루시아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거리로 나가 음료를 팔아야 했습니다. 결혼과 임신으로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된 루시아의 친구들을 보면서 자신도 학교로 돌아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았는데요. 다행히 ‘삶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루시아는 결혼과 임신을 한 친구들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꿈을 이뤄 나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삶을 위한 교육’ 학교 교사 도미닉 © Mustafa Osman/oxfam
도미닉은 ‘삶을 위한 교육’ 학교에서 11년 간 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사로 일하기 전부터 남수단 여학생들의 높은 자퇴율을 크게 우려하고 있었는데요.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학비를 지원받아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고, 지금은 여학생들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서 선생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도미닉은 말합니다. 하지만 봉쇄 기간 중 원치 않는 결혼과 임신으로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는 여학생들은 여전히 많은 상황인데요.

왼쪽부터 위니, 비올라, 루시아 © Mustafa Osman/oxfam
도미닉을 비롯해 ‘삶을 위한 교육’ 학교의 교사들은 힘을 합쳐 임신한 여학생과 자퇴생이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학생과 부모님을 설득하고, 교육 자료를 전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비누와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을 배포하고, 특히 여학생들에게는 월경 위생키트를 제공하면서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부모님을 설득하고 인식을 개선시키고 있습니다.
결코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 ‘삶을 위한 교육’ 학교장 제임스


소녀들이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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