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옥스팜 현장 활동가의 다이어리

2019.01.16 2479

필리핀 출신의 두오이 암필란(Duoi Ampilan)은 전 세계 긴급구호 현장 곳곳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긴급구호 활동가로서 활동해왔습니다. 두오이는 그의 일기를 통해 누군가를 돕는 일이 왜 그에겐 그 어떤 일보다도 값지고 중요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 본 글은 현장활동가 두오이가 실제 자신의 일기장에 쓴 글을 번역한 내용입니다.

Dear Diary(나의 일기장에게),
생명을 살리는 일이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 되는 인도주의 현장에서 정말 부끄럽고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오는 요즘이야.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활동가들이 얼마나 세계 곳곳에서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는지, 매일 어떤 두려움에 직면하고 있는지 또 그들이 구호활동가로서 맹세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본인의 삶을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아.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봉사’라는 이름 안에서 ‘어떤 마음’으로 매 순간을 이겨내고 있는지 말이야.

Dear Diary, 나는 옥스팜 긴급구호 현장 활동가로서 가장 위험하다고 손꼽히는 국가들에서 근무해왔어. 남수단이 독립하기 전후, 가장 예민하던 시기에 12개월간 근무를 하면서 내 심장은 매순간 뜨겁게 뛰었던 것 같아. 그 곳에서 여러 이유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매일같이 마음이 무너져내렸지. 오히려 내가 이 일을 더 사랑하게 만든 곳이기도 했어.

이틀 동안 딱 한 번 물을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되니? 마을에 남겨진 여성과 아이들은 물을 구하러 몇 시간씩 걸어야만 했지. 남수단 고그리알 동부지역(Gogrial East)의 아메타켈(Amethaker) 마을 아동들은 3주에 한 번 간신히 몸을 씻을 수 있었어. 6개월 동안 지속된 심각한 가뭄으로 그 어떤 우물도, 강도 다 말라버렸으니까.

가뭄으로 말라가는 마을들에 우물을 파기 위한 수맥탐사 시추를 하던 날, 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주민들의 환호성 속에서, 목 말라가는 아이들의 고통을 멈출 수 있게 될거라는 그 때의 벅찬 감정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더라. 절망만이 가득했던 주민들의 어두운 얼굴에서 처음으로 희망이라는 걸 보았거든. Dear Diary,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런 현장에서의 기쁨은 우리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신뢰로부터 시작되는 게 사실이야. 우리를 믿고 응원해주는 후원자,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나눔이 결국 여기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도움의 손길로 꽃피게 되니까.

Dear Diary,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 남수단에서 전갈의 독침에 찔린 적도 있었고, 말라리아와 장티푸스에 걸려 생사를 오간 적도 많았지만 단 한번도 운 적이 없었는데. 만약 몇몇의 잘못된 활동가들 때문에 사람들이 더이상 우리의 활동을 믿지 못하고, 지지하지 못하게 된다면, 후원을 이어가지 않게 된다면, 그럼 내가 있는 이 곳 긴급구호 현장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끊임없는 질문들이 이어지는 요즘이야. 긴급구호 현장에는 지금도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픈 것 같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했던 에볼라 사태를 기억해? 그 당시 본부에서 에볼라 현장에 파견을 가달라고 연락이 왔었어. 하지만 두려운 마음이 컸던 나머지 처음에는 거절을 했지. 혹시 내 남은 인생이 어떻게 될지 무섭기도 했거든. 하지만 곧 내 인생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어. 그 이후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이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지. 그렇게 해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게 되었어. 서아프리카에서 돌아온 후 나에겐 주홍글씨가 따라다녔지. 내가 서아프리카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아무도 내 곁에 다가오거나 만지려고 하지 않았거든.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편견들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 후 2016, 2017년에는 예멘에서 활동을 하기로 했어. 그땐 심지어 나를 제일 잘 아는 가족들과 친구들마저도 내게 직업을 바꾸면 안되겠냐고 한참을 설득하더라고. 실제로 끊임없는 폭탄소리와 밤낮으로 달라지는 생사 소식으로 우울한 전쟁터에서 살아간다는 건 정말 쉽지 않았어.
Dear Diary,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폭격으로 고립된 아덴(Aden) 지역에 갇혀 있는 상황이었어. 그땐 처음으로 매 순간이 고통스러웠던 것 같아. 돌아가신 아버지와 슬퍼하고 있을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어도, 절대 갈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Dear Diary, 비록 몇몇 구호활동가들이, 도움이 필요한 긴급구호 현장에서 거짓으로 활동해왔다 하더라도, 그 순간에도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구호 현장에서 ‘산이라도 움직이겠다’는 온 신념을 다해 활동하고 있을 진심어린 구호활동가들을 잊지 말아줘. 또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재난 속에서 누군가를 돕다 세상을 떠난 영웅들까지도 함께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앞으로도 내 심장은 평생 긴급구호 현장에 있을거야. 분명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기회가 아닐테니까 말이야.
인류를 위해 평생을 바쳐 봉사할 수 있는 것만큼 커다란 행운이 또 있을까.

Note from Oxfam
혹시 두오이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feedback@oxfam.org.uk로 메일(영문)을 보내주세요. 두오이에게 꼭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If you’d like to send Duoi a message, please email feedback@oxfam.org.uk and we will pass your message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