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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시간, 100km 극한 도전형 기부 프로젝트에 열광하는 이유

2023.03.02 1324

4명이 한 팀이 되어 38시간 동안 밤새 100km를 걷는 행사가 있습니다. 게다가 상금도 없고 내 돈을 기부하면서 참가해야 합니다. 오는 5월 20일과 21일 양일간 강원도 인제군 일대에서 개최되는 ‘옥스팜 트레일워커’가 바로 그 행사입니다. 순위와 기록을 놓고 경쟁하는 대회가 아닌, 순수하게 기부를 목적으로 팀원들과 극한의 경험을 공유하는 뜻깊은 행사인 만큼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인생 기부 프로젝트’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쉽지 않은 도전에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난 2018년도부터 옥스팜 트레일워커의 한국 대회를 총괄하고 있는 박성민 팀장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옥스팜 박성민 팀장 © Oxfam in Korea

 

Q.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기부 걷기대회가 생겼는데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무엇이 다른가요?
일반적인 기부 걷기대회는 세상에 기여하는 좋은 마음으로 적당히 땀을 흘리고 행복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기부금을 직접 모으면서도 밤새워 100km를 걸으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야 하는 극한의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회의 수익금은 물론 참가비와 기부펀딩 모두 전액 기부가 되는 것 또한 특징입니다.

 Q. 까다로운 조건에도 매년 200팀 가까이 신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부금을 모으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느끼는 성취감이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부에 대한 마음과 금전적 여유는 충분해도 체력이 부족한 사람이 있고, 체력과 의지는 있어도 기부의 필요성과 직접 기부펀딩을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완주를 위해 넘어야 하는 장애물이 까다롭고 난이도가 높기에, 미션을 완수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 또한 더욱 큰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대회가 40년 넘게 지속되어온 이유이지 않을까요?

Q. 기부펀딩이라는 어려운 수칙을 적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누군가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전 세계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요청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죠. 기부펀딩이라는 미션은 펀딩을 하는 참가자가 대회의 목적을 잘 이해하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기부를 이끌어 내야하는 과정입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대회의 목적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습니다. 저희 대회가 추구하는 자발적인 기부문화를 구축하는 핵심이기도 합니다.

Q. 홍콩을 비롯해 12개국에서도 대회가 진행되는데 한국 대회는 무엇이 다른가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라는 다양하고 뚜렷한 기후조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특히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는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산악 위주의 지형이 특징입니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다른 국가보다 대회 난이도가 높은 편입니다. 봄철의 큰 일교차와 끊길 듯 끊기지 않는 크고 작은 산들로 구성된 코스로 인해, 비교적 큰 규모의 트레일 대회가 자주 열리는 홍콩이나 유럽에서 온 참가자들조차 상당히 힘들어합니다.

홍콩 대회에 참가한 시각장애인 김미순 참가자 © Oxfam in Korea

 

Q. 대회에는 어떤 분들이 참가하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참가자가 있나요?
만 19세 이상의 다양한 남녀노소가 참여하며, 주요 연령대는 30~50대입니다. 100km에 대한 일생의 소망을 달성하기 위해 참가하는 분들이 많고, 뛰는 것이 아닌 걷는 대회이기에 다른 대회보다 40~60대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특별히 대회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신 김미순-김효근 부부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아내인 김미순 참가자는 시각장애인으로 매년 대회에 참가해 다른 참가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2018년 홍콩 대회가 열렸을 때, 저도 김미순 참가팀과 함께했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계를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현장답사 중인 박성민 팀장 © Oxfam in Korea

 

“산은 근심이 사라지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박성민 팀장은 평소에도 트래킹과 트레일러닝을 취미로 즐기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열리는 트랜스제주를 비롯해 네팔의 마르디히말, 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다이세츠산 등 국내외 다양한 트래킹 코스를 누비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장소가 바뀔 때마다 코스도 달라지는데 코스 개발은 어떻게 하시나요?
대회가 열리기 8개월 전부터 코스 개발이 시작됩니다. 지도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경로를 파악하고, 대략적인 코스를 임의로 그려본 후 현장답사를 진행합니다. 대회 진행 시 참가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100km 코스를 한 번에 걷거나, 두 번에 나눠서 걸어 보기도 합니다.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현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참가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Q. 대회 준비를 위해 특별히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나요?
참가자와 스태프, 자원봉사자 및 관계자 모두가 ‘안전’하게 대회를 치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한 대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현장 등록 시 다른 대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CPR 교육을 지역 소방서와 함께 실시합니다.

CPR 교육을 받고 있는 참가자들 © Oxfam in Korea

 

Q. 지난 6년 동안 대회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코로나19는 잊을 수 없는 난관이었습니다. 대회를 개최한 이래 크고 작은 난관들이 있었지만 잘 극복하며 성장하고 있었던 도중, 2020년에 찾아온 코로나로 대회가 모두 취소되며 2년간 대회를 4차례나 연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가자분들도 2년간 대회를 기다리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회를 다시 개최했을 때도 각종 통제조항을 지키며 안전한 대회를 위해 저희뿐만 아니라 참가자 모두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Q. 올해 50km 코스를 처음 신설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100km라는 거리에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코스에 대한 문의도 계속 있었고, 많은 분들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올해는 시범종목으로 50km 코스를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Q. 올해 대회에 기대하는 점이 있나요?
5월에 열리는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인제군과 함께하는 3번째 대회입니다. 전 세계 가난을 극복하자는 취지도 있지만, 지방에서 열리는 만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지역의 기부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옥스팜 트레일워커를 어떤 대회로 키우고 싶나요?
대회의 목적은 진지하고 엄중하지만 참가자들은 대회를 신청하고 끝나는 그 순간까지 즐겁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세상은 도전에 기꺼이 나서는 사람들의 노력과 행동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옥스팜 트레일워커가 이런 행동하는 사람들의 도전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 Oxfam in Korea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대회를 통해 나눔의 의미와 즐거움을 경험하실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3 트레일워커 참가자 여러분, 5월 강원도 인제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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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후원금은 물·위생시설 개선 사업을 포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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